넝쿨손 (99)

'욕망을 향해 뻗은 손이 자유롭게 춤추기까지'

 

(포도의 넝쿨손을 활용한 작품)


제작 과정에서 넝쿨손의 자연 현상과 화가의 의도로, 특정 대상을 움켜지도록 설계하거나, 자연 상태 그대로 얻어지는 결과물을 채취합니다. 넝쿨손 작품이 가진 매력은 화가의 생각과 예측 불가능한 자연이 조화를 이뤄 극히 드문 확률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조형미를 갖춘 넝쿨손을 찾아 다듬는 과정과 최종적으로 결과물에 걸맞은 작품명을 선택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화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Artist's Note


2019년 처음 제작한 태양 시리즈 '화천대유'처럼 햇볕이 성공과 부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면, 태양을 향한 넝쿨손의 몸부림을 의인화한 것이 바로 넝쿨손 작품입니다. 포도가 태양빛을 얻기 위해 넝쿨손에 쏟는 힘과 에너지,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쟁취하려고 손을 뻗는 생동감 넘치는 행위에 완전히 매료되었죠. 


넝쿨손 작업을 처음 시작한 1999년 당시, 저의 관점에서 넝쿨손은 '욕망을 드러낸 머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라 인식 되었고, 탐욕에 눈이 먼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했죠. 욕망을 좇아 쌓아 올린 모든 부와 명예는 결국 '빈 껍데기'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작품의 바닥을 조개껍데기로 만들기도 했어요. 마치 인생이 '공수래공수거'인 것처럼, 부질없는 인생이라는 비관적인 관점이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죠.


한 몸통에서 나오는 가지들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 넝쿨손 시리즈를 '욕망의 손'이라 이름 붙였어요. 만 29세 당시, 성장에 대한 욕망과 몸부림&사투로 험난한 여정을 겪고 있었고, 성공을 좇는 저의 모습과 서로 다르지 않음을 시인하게 된 거죠.

작품 시기 (99-) '욕망의 손'

'무언가 붙잡아야만 했고, 그것만이 내가 사는 유일한 이유였다.'


시리즈 ‘욕망의 손’은 20대인 화가가 세상을 향해 뻗은 '가난, 성공, 생존, 인정'에 대한 강렬한 갈망의 손짓입니다. 


포도넝쿨의 집요하고 불규칙한 움직임처럼, 이 시기 화가는 극도로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작품 '투쟁', '비켜', '질투' 같은 내면의 감정과 본능적인 욕구를 직접적으로 제목에 담아냅니다.

Philosophy


포도나무 넝쿨손 작품은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하는 '인간의 3가지 발달 순서'와 동일합니다. 이는 비유적으로 '낙타-사자-어린아이'의 단계를 밟게 되죠.


-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는 자신의 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정해진 대로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수행하는 인간과 그의 삶 

- 강한 힘과 자유를 소유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강자에게 위협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상태와 긴장감이 연속되는 숙명과 같은 사자의 삶

결국 어떤 억압이나 의무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에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움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상을 나타내는 아이의 삶


위 3단계와 같이 넝쿨손 작품은 '욕망의 손-희망의 손-춤추는 손'이라는 단계를 거쳐 작품의 성장과 동시에 작가의 성장이 그 결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Special Artworks '드로잉 조각' 

: 화가는 넝쿨손 작품 이외에도 나무의 뿌리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최근에 제작된 드로잉 조각은 화가의 팬들에게 선물로 전달되면서, 팬들이 직접 추상적인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여 화가와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합니다.   

작품 시기 (19-) '희망의 손'

'팬들의 응원과 지지로 피어난 긍정의 씨앗'


시리즈 ‘희망의 손’의 탄생은 화가의 팬(아미고)의 지지와 후원을 통해, 전업 작가로서의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던 시기와 맞물립니다. 화가는 넝쿨손을 억센 집착과 탐욕의 대상이 아닌, '새롭게 피어난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지요.


작품의 제목 '희망', '할머니', '청소부', '깃발'과 같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함과 감사함, 심미성을 추구하는 대상을 의미하는 언어들로 작명을 하며, 넝쿨손의 형태 또한 부드럽고 리듬 있는 곡선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작품 시기 (24-) '춤추는 손'

‘움켜쥐던 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춤추기 시작하다.'


시리즈 ‘춤추는 손’은 오랜 시간 지속되던 갈등과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창작 그 자체가 유희가 되는 단계를 나타냅니다.


고리들 화가는 이 시기를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서 예술을 통해 세계와 노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 표현합니다. 작품 속 넝쿨손은 더 이상 뭔가를 붙잡으려 하지 않고, 자연스레 흐르고, 흔들리며, 서로를 감싸안으며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태를 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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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 화가와 인터뷰를 통해 넝쿨손의 스토리를 감상하세요.

삶을 움켜쥐는 욕망의 손에서

살며시 힘을 놓아 버리면,

그 손끝에 진짜 나를 발견합니다.


- Core Ridd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