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벨트 (25)

:대상이 바라보는 자신만의 공간, 우리가 만나는 평행 우주의 순간


‘움벨트’는 각자가 벗어나기 힘든 영역 속에서 경험하는 ‘자기만의 세계’를 의미하는데 관점을 가진 존재가 인식하는 평행우주이기도 합니다. 온 우주를 다 볼 수 없는 모든 존재는 플라톤 동굴의 비유에 나오는 죄수들과 같습니다. 홍채 위에 식물과 달-별이 마치 사진처럼 그려지는데, 차가운 달빛의 밤하늘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존재들의 감광을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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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의 존재와 탄생을 전제로 합니다. ‘움벨트, 나의 하늘 (2025)’은 화가의 은둔과 과거 기억, 그 긴 침묵의 시간과 여정을 통과한 끝에 도달한 치유의 장소를 나타냅니다. 2000년대 초반 숲속의 은둔자였던 그는 이윽고 밤하늘 아래 달빛과 식물의 영혼을 화폭에 담아냅니다. 이번 움벨트 시리즈(2025)는 고리들 화가가 지난 20여 년간 걸어온 길, 세상에 나와 빛을 밝히기 시작한 그 여정을 보여줍니다.

움벨트로 이어지는 주요 작품들 (2003-2005)

카오스_혼돈으로부터의 질서_1996 '불가마에 넣은 동판에 생긴 무작위 문양으로 우주의 혼돈을, 6개의 원들은 다중 우주를 표현'

아비투스_관_2003 '한 개인의 삶과 시대의 인식 구조를 도넛 형태, 담배 스모크 링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한 시대의 무상함을 표현' 

피카소 부엉이_2005 '부엉이와 달을 그리면서 피카소의 입체주의를 오마주, 당시 한반도의 상황을 어두운 밤으로 달 안에 표현' 


이전 작품들의 자취는 현재 2025년 움벨트 시리즈로 연결됩니다. 데뷔 이후 30년간 평행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다종적 눈동자 위에 다층적 별과 태양을 반추상으로 그려오다가, 최근 작품들에서 구상적 식물 그림자가 등장합니다.

    

Message

움벨트 작품은 감상자로 하여금 일종의 반성과 회상을 불러일으키는 듯합니다. 한때 ‘나’라는 존재는 어리고 나약한 존재의 인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과거나 미래, 다차원의 시-공간에 인간이 아닌 요정이나 영혼의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작품은 우리에게 숨어있는 나약한 반딧불이나 벌레들의 입장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줍니다. 


타인의 관점과 입장, 그들의 아픔을 살펴볼 수 있는 알터 에고(alter Ego)를 느끼면서 내가 가진 현재의 움벨트를 한번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와 의도가 감상들에게 전달됩니다. 그와 동시에 나 자신을 차분히 고요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여유와 휴식의 이야기를 움벨트 시리즈는 나누고 있습니다.


Philosophy

# 움벨트-아비투스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움벨트는 정저지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세계와 관점의 한계를 뜻합니다. 개인이 태어난 환경 (국가, 인종, 사주팔자)이 가져다 주는 나의 현실적인 조건들이 바로 움벨트입니다. 

아비투스는 생각의 지평과 단계를 나타내며,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 또는 후천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 가능한 영역으로 생각됩니다.


# 접화군생 

'접촉이 만물을 만든다.'


이 말은 고리들 화가가 1997년 첫 작품에 담았던 주제이자, 지금까지 이어져 온 예술 세계의 출발점입니다. 환웅이 세상에 내려온 이후의 상황을 신화적으로 해석한 내용으로 일반적으로는 ‘중생과 더불어 살며 좋은 변화를 이끌어 간다’라고 해석합니다. 

배경의 홍채(신의 눈)와 잡초, 해달별 자체가 따듯한 관찰자 효과(접화군생)로 재해석하며 20년 전보다 그 의미를 더해 갑니다. 


Method (기법)


공적화 (空滴畫, Space Dropping)

스프레이와 식물 실루엣을 활용해, 밤하늘의 별빛과 공기 속 공간감을 그리는 고리들 화가만의 독창적 기법


식물을 캔버스 위나 공중에 놓고 스프레이를 분사해, 공간 속에 휘어진 물방울의 궤적과 잎의 그림자를 남깁니다. 이는 중력렌즈 효과처럼 빛의 굴절을 표현하며, 식물의 존재성과 우주적 영혼의 흔적을 시각화합니다.


홍운탁월(烘雲托月)

달과 별빛을 그리지 않고, 가려진 그림자로 표현하는 역설의 구상 기법


식물에 가려진 달빛과 별빛의 흔적을 통해, 형체가 아닌 그림자로 존재를 드러냅니다. 이는 동양화의 '홍운탁월'처럼, 구름이 달을 감싸듯 여백과 실루엣으로 완성되는 '공간의 시(詩)'입니다.

움벨트 변천사 (2025-)

Part.1


"움벨트의 개념은 처음 고양이가 우주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시작하여, 인간인 우주 비행사가 우주를 여행하는 시선도 표현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이런 관점들을 움벨트라 볼 수 있죠. 그렇게 봤을 때, 과거에 금성과 화성도 하나의 별이라 생각하다가 달처럼 햇빛을 반사해서 반짝이는 것을 알게 됐죠.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는 움벨트의 크기는 제임스 웹 망원경의 역할로 더 확대되었고, 인간은 신 다음으로 가장 넓은 눈빛과 관점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Part.2


"움벨트 작업을 할 때, 늘 숲속의 작은 존재의 관점을 이야기했죠. 숲 속의 작은 존재들이 주로 살고 있는 곳이 들풀 또는 야생초라 부르는 잡초 뒤에 살고 있죠. 제가 언급한 잡초는 그 근성과 생명력을 존중하는 의미를 대표합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잡초는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멸종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생명력을 가진 존재이죠. 그런 의미에서 작은 존재들의 대표로 잡초를 선택했죠. 흔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그 특징이 저에게는 아름답고 참 가치 있어 보이거든요."

Sketch


양자역학과 평행우주의 ‘관찰자 효과’ 개념을 시각화하기 위해, 먼저 눈동자이자 블랙홀을 닮은 홍채 위에 각각의 존재를 상징하는 식물을 올려 놓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식물은 작업 시기의 계절, 장소,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집니다.


사계절 늘 푸른 대나무, 봄의 풀꽃, 도심 틈새의 잡초, 여름날의 포도잎, 가을 들녘의 구절초 등, 자연 속 모든 식물들이 화가의 영감이 되고, 그림의 주인공이 됩니다. 작품의 크기에 따라 작은 잎부터 넓은 잎까지 사용되며, 식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존재의 시선과 삶의 관점을 담은 철학적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이렇게 식물이 놓인 순간부터, 하나의 우주가 펼쳐지는 드로잉—'움벨트의 스케치'가 시작됩니다.

Behind STORY

"예전에는 그냥 잘라내고 버리던 잡초들이 이제는 저에게 ‘영혼을 가진 존재’로 다가와요. 별빛 스프레이 사이로 자신을 드러낸 식물의 잎사귀는 그들의 흔적이자 존재의 마지막 표현입니다. 제가 작업한 그림은 때론 제가 구상했다기보다, 미래에서 온 그림이 저를 통해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화가라는 직업으로 식물의 생명을 대신 표현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리즈는 저에게도 굉장히 감정적으로 와 닿는 작업이에요."

#달과 태양

핵심적인 컨셉 ‘평행우주’와 양자역학의 ‘관찰자효과’라는 것을 정말 가장 잘 표현한 그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동자의 태양을 그리는 것, 눈동자의 밤하늘 우주를 표현하는 것은 아비투스를 잘 나타냅니다. 그에 더하여 움벨트 시리즈의 탄생은 전체적인 구성의 양(화천대유-태양)과 음(움벨트-달)을 그리는 것은 종합적인 구성의 차원에서 양날개를 단 순간입니다.


#일월초목도

전통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현대 생태철학적으로 재해석한 연작입니다. 과거에 해와 달은 제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였지만, 화가는 그 위에 잡초와 같은 작은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올려놓습니다. 태양과 달, 별은 더 이상 특정 계급의 소유물이 아닌, 지구 위 모든 생명에게 주어진 우주의 선물입니다. 신이 있다면, 인간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를 보듬는 존재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잡초조차도 일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잡초가 일월의 중심이 되는 장면’은 마치 K-팝 공연장의 응원봉 물결처럼,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빛을 받는 수많은 생명들의 환희를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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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 움벨트 시리즈에 대해  깊이 알아보도록 해요.

움벨트는 나와 다른 타인의 관점과 입장이 되어 

타인의 아픔을 살피고 인정하는 

반성-회상적인 뜻을 담습니다.


- Core Riddle -